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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필사, 다시 돌아온 종이책의 감성

by 힙스김 2025. 5. 13.

    [ 목차 ]

스크롤보다 페이지를 넘기는 시간이 그리워지는 요즘, 다시 종이책을 펼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독서와 필사에 담긴 다시 돌아온 종이책의 감성에 대해 알려드릴 예정입니다.

독서와 필사, 다시 돌아온 종이책의 감성
독서와 필사, 다시 돌아온 종이책의 감성

손끝으로 넘기는 종이의 감촉이 마음을 천천히 가라앉히는 이유

하루 종일 화면을 들여다보면 눈도 마음도 금세 피로해집니다. 빠른 템포의 영상과 짧은 문장의 자극적인 말들, 끊임없는 알림 속에서 깊은 생각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다시 종이책을 펼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종이책은 화면처럼 번쩍이지 않고, 손가락 한 번으로 장면을 넘기지도 않습니다. 대신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며 한 줄 한 줄 따라가는 동안 머릿속도 함께 정리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종이책을 읽는 시간은 조용한 방 안에 있는 것처럼 안정감을 줍니다. 종이의 질감,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 문장이 차곡차곡 박히는 리듬은 다른 감각을 자극합니다. 여백이 주는 여유, 밑줄을 긋는 순간의 집중, 책장 한 모퉁이에 남겨진 흔적은 디지털 환경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감성입니다. 독서는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니라 책과 내가 천천히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입니다.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에 익숙해진 뇌가 다시 집중력을 회복하고, 마음도 자연스럽게 차분해집니다.

종이책을 읽는다는 것은 시간을 조금 느리게 쓰겠다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그 느림 속에서 문장 하나를 오래 바라보게 되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오히려 더 깊고 진하게 남습니다. 글자 위에 시선을 두며 내 생각과 감정이 따라 흐르게 되고, 독서가 끝난 뒤에도 문장과 장면은 마음속에 오래 자리잡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종이책은 단순한 책이 아니라, 감정을 되살리는 일상의 장치가 되어 줍니다.

 

마음에 남은 문장을 손으로 옮기는 시간에서 시작되는 나만의 시간

책을 읽다 보면 어떤 문장이 이상하게도 계속 마음에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참을 넘긴 뒤에도 자꾸 떠오르고,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워도 그냥 좋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런 문장을 손으로 직접 옮겨 적는 것이 바로 필사입니다. 필사는 단순히 글자를 베껴 쓰는 것이 아니라, 그 글을 내 몸에 통과시켜 다시 새기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손으로 한 글자씩 적어 가며 문장의 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처음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나 의미가 더 깊이 다가오기도 합니다.

화면으로는 빠르게 읽고 지나쳤던 문장도, 손으로 쓰는 동안은 멈춰 서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왜 이 문장이 내게 남았는지, 이 표현이 내 경험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스스로 묻게 됩니다. 이러한 시간들이 쌓이면 책을 읽는 것도 더 이상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 일부로 남게 됩니다. 필사는 기억을 새기는 방식이자, 감정을 다독이는 방법이 됩니다.

하루에 몇 문장만으로도 필사는 충분합니다. 잘 쓰지 않아도 괜찮고, 틀려도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 문장을 선택했다는 점이며, 나만의 속도로 그 흐름을 따라갔다는 사실입니다. 글자를 따라가는 손의 움직임은 곧 마음을 정돈하는 움직임이 되고, 그 과정에서 나는 나와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의 필사 시간은 스스로를 중심에 두는 조용한 연습이 되어 줍니다.

 

기록된 문장이 만들어주는 나만의 감성 공간

한두 문장씩 적어 내려간 필사 노트가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안에는 책보다 더 나다운 감정이 담기게 됩니다. 처음에는 단지 책 속의 문장이었지만, 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그것은 나의 감정, 기억, 경험과 연결됩니다. 이렇게 기록된 필사 노트는 점차 나만의 감성 도서관처럼 변화합니다. 어느 계절에 어떤 책을 읽었고, 어떤 문장을 마음에 품었는지를 돌아보면, 그 시기의 나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단순한 독서 기록이 아닌, 나를 이해하는 감정의 연대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쌓인 기록은 때로는 위로가 되고, 때로는 나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됩니다. 힘들었던 어느 날, 필사 노트를 펼쳐 보면 그 시절 나를 지탱해 주었던 문장을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분명히 내가 썼던 글인데도 시간이 지나 보면 누군가의 편지처럼 다가오기도 하고, 새로운 의미로 다시 읽히기도 합니다. 필사 노트는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전해주는 조용한 위로와도 같습니다.

필사와 독서가 함께 쌓이면서 책은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 내 감정과 생각을 담아내는 소중한 그릇이 됩니다. 마음에 남은 문장을 기록하는 습관은 일상을 감정적으로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며, 타인의 언어를 통해 나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힘도 길러줍니다. 결국 종이책을 읽고 필사하는 이 작은 활동은 감정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삶의 태도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나만의 감성을 지켜 나가게 됩니다.